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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하지 않아서 좋은 건축물들이 있다. 너무 크거나 너무 무게감이 있으면 물리적으로 작은 보행자의 입장에서 큰 위압감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압감이 없어서 좋은 건축물은 단순히 건축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적인 관점에서 봐도 이득이 되곤 한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큰 규모에 크고 화려한 집을 지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해서 위압감이 느껴지거나 주변과 어우러지지 않고 유독 튀는 디자인이라면 과연 그 마을을 위해서, 넓게 보면 도시를 위해서 좋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작은 공간들이 있다. 큰 공간에 세워지는 건축물의 영향이 그렇게 크다면, 작은 건축물들은 덜 중요한 걸까? 그렇지 않다. 작은 집들이 쉼 틈없이 붙어있는 산골 마을이나 판자촌을 비추며 많은 이가 열악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집들도 모이면 그들 방식의 큰 단지가 된다.
오늘은 도심 속에 자리한 한 작은 집을 찾아가 본다. 만약 이렇듯 작은 집들이 커다란 틀 안에서 규칙을 지키면서도 모두 모습이 다르고, 적당한 개성을 갖추고 있다면 어떨까? 밀도가 높은 한국은 어쩌면 큰 공간의 건축보다는 작은 공간의 집들에 집중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 살펴볼 집처럼 말이다.
일본의 건축 회사 Naoko Takahashi Architects 에서 설계했다.
해당 주택은 일본의 수도 도쿄 세타가 야구의 주택가에 세워졌다. 현재 이 집은 건축주가 강아지와 혼자 살고 있다.
사실 이 집은 엄청나게 화려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쪽은 아니다. 이 집이 눈길을 끄는 것은 굉장히 정돈된 방식의 간결함이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형된 지붕 형태와 단순한 부피감의 전체 건축물의 메스, 그리고 길고 좁은 창문과 테라스를 향해 상대적으로 크게 열린 창문 등으로 정리한 외관은 미니멀하면서도 말 그대로 적당한 개성이 묻어난다.
멀리서 언뜻 봤다면 바로 눈에 띄지 않았을 입구 공간이 열린 모습이다. 입구가 닫혀 있을 때의 집은 정돈된 무게감으로 깔끔함이 강조됐지만, 입구가 열린 집은 흥미로운 인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1층인 현관 공간이자, 이 집의 건축주가 가족으로 여기는 강아지를 위해 마련한 놀이 공간이다. 쉽게 말해 강아지가 밖에 나가지 않아도 실내에서 충분히 뛰어다닐 수 있게 고심한 공간이다. 목제 판자벽으로 심플한 공간에 온기를 주고 있으며 이 벽의 안쪽으로는 욕실을 설계했다.
계단 방향을 살펴보자. 사실 이 집의 경우 양쪽으로 이미 주택이 자리하고 있어 채광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건축가는 이 집의 지붕 꼭대기에 채광창을 설계했으며 그 아래를 열어내어 1층까지 햇볕이 수직으로 닿게 연출했다.
1층에서 채광창을 올려다 본 모습이다. 마치 하늘을 잘라내어 천장에 붙인 듯하다. 흰색과 하늘색, 나무 그리고 검은색이 그 경계들을 그리는 미니멀한 공간 디자인이다.
이 공간은 2층의 거실로 지붕 꼭대기까지 천장을 열어 상당히 밝고 개방적인 느낌이 지배적이다. 안쪽으로는 테라스도 있어 야외 공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좁은 통로는 3층 침실에서 도로 측으로 설치된 피난용 동선이다.
거실에서 뒤를 돌면 보이는 주방이다. 주방은 흰색과 회색, 나무, 검은색의 단순하지만 미묘하게 대조되는 색감들로 모던하게 마무리했다. 수평선과 대각선, 수직선이 만나 재미있는 공간감을 선사하며 화분 하나로 온기를 더하는 점도 잊지 않았다.
욕실은 세면 공간과 화장실 그리고 목욕 공간까지 한 공간 안에 담았다. 유리 가벽이나 벽 등을 두지 않아 습기에 대해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양쪽으로 창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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