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수시로 자리를 옮기고 자세를 바꿔도, 가구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아마 언젠가 우리가 사라져도 가구는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누군가 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 한. 언제나 말없이 제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구는 제 몸이 아프고 문제가 있어도 누군가 알아봐 주기 전에는 내색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가구를 닮은 인간이 있다면, 어디서든 훌륭한 인품으로 존경받으며 잘살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가구 예찬론을 펼치는 이유는 가구를 포함한 물건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다. 아무리 물건이라도 세월이 흘러 오래되면 고장이 나거나 외모가 볼품없어지게 마련이다. 자기 몸은 소중히 여기면서 물건은 조금만 오래되면 단지 유행이 지났다거나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고장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가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오래된 가구가 집안 분위기에 맞지 않고 보기 싫다고 그냥 버리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오늘은 오래된 가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개할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의자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물건이다. 오래되어 칠이 벗겨지거나 유행에 맞지 않는 디자인으로 보기 싫은 의자가 있다면 리폼해서 사용해보자. 다리가 부러져 못 쓰는 것이 아니라면 앉는 용도로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오래된 원목 의자를 화이트 페인트로 나뭇결이 살아있게 칠하거나 메탈 느낌이 나는 페인트로 칠하면 철제 의자 같은 분위기로 변신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변신한 의자를 베드 사이드 테이블로 사용하거나 집안의 빈 공간에 작은 화분을 올려놓으면 빈티지한 멋을 살린 아이디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저히 살릴 가망이 없는 원목 가구는 해체해서 나무 조각들을 다른 용도로 재활용해보자. 지금 시점에서 오래된 가구 대부분은 나무를 재료로 해서 수공예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가구들과 달리 진짜 나무로 장인이 만든 가구는 품질에서는 그 어떤 고급 가구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기술이 좋아져서 톱밥을 가지고도 진짜 나무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예전에는 남의 눈을 속이는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해서 원목 가구처럼 보이는 것은 원목으로 만든 것이고 철제 가구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철을 재료로 만든 가구이다. 그래서 옛날 가구가 디자인이나 색상이 유행에 뒤질지는 몰라도 재료만큼은 지금의 가구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나무가 썩어서 전체를 살릴 수 없는 상태라면 남은 부분이라도 뜯어내서 사진처럼 침대 헤드 부분을 대신하거나 선반, 책꽂이 등으로 만들어 사용해보자. 원래의 모습은 잃어버리더라도 원자재가 가진 고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서 고풍스럽고 독특한 느낌을 줄 것이다.
사진은 오래된 농기구를 욕실 세면대 받침대로 사용한 모습이다. 사진상으로 보면 실제 샤워와 본격적인 세정의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은 따로 있고, 이 공간은 독특한 분위기로 장식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특한 분위기의 욕실을 원해서 오래된 농기구를 재활용한 것이라면 성공했다.
사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방형 구조의 원룸 모습이다. 거실과 주방의 구분이 없이 책장 사이에 냉장고가 놓여 있고, 소파 베드에서 바로 주방이 보이는 등 다른 원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공간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원룸과 다른 점은 바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오래된 가구들 때문이다. 오래된 가구는 현대적 분위기의 빌트인 오븐과 수납장 앞에 식탁이자 조리대처럼 놓여있기도 하고, 모던한 느낌이 물씬 나는 소파 앞에 누더기를 기워 만든 것 같은 조각 테이블이 무심하게 놓여있기도 하다. 수납장과 라디에이터 사이에 불쑥 놓여있는 오래된 의자와 거미줄이 가득 낀 창고에나 어울릴 듯한 빛바랜 블랙박스가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사진은 (주)홈스토리가 ‘한옥과 증축된 ALC 주택이 한 공간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주거공간’이라는 프로젝트로 만든 경주의 전통 한옥을 현대적 거실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한 모습이다. 전통과 모던의 조화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한옥의 거실에 시간을 거스른 듯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가구가 우아하게 공간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가구를 리페인팅하거나 리폼하는 것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사진 속 테이블과 스툴도 배경으로 보이는 공간의 화이트 컬러에 맞춰 화이트로 페인팅을 새로 한 모습이다. 전문가처럼 꼼꼼하게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도 서툴게 칠한 그 모습 자체에서 빈티지의 멋이 느껴지는 멋진 가구로 새로 태어났다. 스툴의 윗부분에는 퀼트 조각으로 패브릭을 덧대어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이런 가구를 거실이나 주방 한구석에 놓아두면 주부가 자신만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속 가구는 수평으로 긴 수납장으로 원래는 연한 브라운 계열 색상이었으나, 바로 위에 걸린 여러 가지 블루톤을 다양하게 활용한 모던 아트 작품에 어울리게 연한 터키색으로 칠해 새로운 분위기로 재탄생했다. 정면에 있는 열 개의 정사각형 모형의 서랍들이 다양한 톤의 컬러를 사용한 그림과 함께 마치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독특한 매력을 풍기게 되었다. 수납장 위에는 서랍과 같은 터키색 계열의 화분과 시계, 액자 등을 놓아 컬러의 조화를 이루며 장식장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제리캔(jerry can)은 석유 등의 연료를 담는 용기로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강철로 만들어져서 여러 가지 다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재료 중 하나이다. 사진은 이런 제리캔을 반으로 쪼개서 장식장으로 활용한 예이다. 내부를 오픈하고 중간에 선반을 설치해서 술병과 유리잔, 책 등을 진열하니 독특하고 멋진 장식장으로 변신했다. 얼핏 보면 여행 가방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안 쓰는 여행 가방을 이런 식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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